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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5 (42)
Pumpkin Time
2021년 9월 2일 역 격리실로 이동하고 점점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멸균식으로 나오는 식사는 호일을 벗겨낼때부터 나는 특유의 냄새로 밥은 점점 더 먹기 힘들어졌다. 뚜껑을 열어놓고 한 입도 입에 대지 못하고 내놓는 일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밥, 두유, 뉴케어 아무것도 못먹는 와중에 먹으면 안된다는 과일이 얼마나 먹고싶던지... ㅠ.ㅠ 벌레에 물린 우측 팔 봉와지염 때문에 백혈병을 알게 된 나는 팔에 대한 치료를 해야했으나 항암 치료가 우선이었기에 팔은 드레싱만 매일 하기로 했다. 누워있는데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 보니 침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뭐지??) 마스크까지 피가 묻어 있고, 오른쪽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아서 팔을 걷어보니 팔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팔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책을 자주 해주고 싶고, 넓은 마당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고, 좋은 것만 먹이고 싶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나도 역시 그렇다. 이곳 강화도로 이사를 올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했던 것은 집보다는 마당이었다. 사실 더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지만 마당의 크기가 조금 작다는 이유로 순위에 빠졌고, 마당이 넓다는 이유로 지금의 집으로 선택^^ 날씨가 좋은 참 행복한 날이다. 하루 종일 햇살 가득 품은 우리 집 마당에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질리티, 공놀이, 원반, 가끔씩 간식도 얻어먹으며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며 산책을 거의 하질 못했던 아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신나게 뛰고, ..
오디오 방송 팟빵(www.ppdbbang.com) 한 채널의 게스트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멤버 중 한 명이 오랜 지인이었는데 그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을 해야 한다면 일명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블로그에 목숨 걸고, 이곳저곳 오디오 방송이며, 여러 모임들을 하며 지갑은 닫고 입으로만 먹고사는 어딜 가도 계산도 잘 안 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말로 해결하는 그런 사람^^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인과의 입원 상황 대화중 나에게 왜 입원을 했냐고 물어본다. 그땐 나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눈물만 나왔기에 백혈병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잠깐 입원했다가 퇴원할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장기기증 못하는 상황 아님 되지" 그 지인의 말은 장기기증도 못 할 만큼의 숨만 붙어있는..
2021년 8월 30일 항암치료 시작 항암을 시작하는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회진 때 선생님께서 항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신다. 관해유도 항암은 8월30일~9월6일까지 일주일 일정이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정맥 카테터 PICC(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삽입했다. 병원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스산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같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듯하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항암. 시타라빈(CYTarabine) 항암제를 시작으로 항암이 시작되었다. 항암에 대한 일정, 변화될 혈액 수치, 몸에 대한 변화 등등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무서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국민건강보험 암산정특례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치..
2021년 8월 25일 골수검사 결과 입원 후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를 백혈병 환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 그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고, 나 아직 백혈병 확정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백혈병 환자라고 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골수검사 결과가 나왔다. 교수님께 다시 한번 물었다. '선생님 제가 백혈병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급성골수모구성백혈병(Acute myeloblastic leukemia)) 선생님께서 바로 일주일간의 항암 치료가 들어간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께 시간을 달라고, 입원 준비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드렸다. 3일 후 입원하기로 하고 가퇴원하기로 했다. 참아왔던 눈물이 흘렀다.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내가 왜 백혈병이야? ..
강화도에 집을 보러 왔을 땐 겨울이었다. 앙상한 나무와 겨울 느낌 가득한 정원의 모습이었다. 4월 초 이사 온 후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이 가득해지고 있는 우리 집 마당은 이름 모를 나무에서도, 바위틈에서도 꽃이 피고 점점 화려해지고 있는 모습니다. 오늘도 하늘이 맑은 날이다.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을 위한 허들콘, 시소, 터널^^ 마당은 점점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해가고 있다. 내가 바랬던 모습이다. 정원을 보며 점점 마당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집 주변에 막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을 집에서 볼 수 있는 매일매일의 풍경^^ 참 사랑스러운 일상이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강화도는 바람이 많이 분다.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5월이지만 바람은 ..
강화도에 이사 오기 전 이사 준비를 하며 청라에서 강화까지 거의 매일매일 이사 준비를 위해 오갔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대충 먹고 점심도 거르고 오후가 돼서야 늦은 점심으로 우연히 찾게 된 식당. 들어갈 땐 몰랐는데 들어가서 보니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메뉴는 생선구이, 우거지 코다리찜 두 가지^^ 생선구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손 때문에 생선가시 발라 먹기 힘든 나는 생선구이보다는 우거지 코다리찜!! 헉!!! 반찬 나오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금방 만들어 나온것 같은 오이무침, 겉절이, 나물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궁채 나물까지. 추가 반찬은 셀프였다. 사장님께는 미안하지만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 나에겐 이런 셀프 너무 좋다^^ 반찬으로 배를 채울 뻔 하던 그때 밥과 코다리찜이 나..
선생님께 백혈병이라는 말을 듣고 많이 울고 많이 힘들었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생존 확률 50%. 난 살아남는 50%에 포함이 되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했고, 눈물만 흘리고 있어서는 안 됐다. 미래에셋 FC로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나 백혈병이래 나 보험 들어놓은 것 중 받을 수 있는 보험 있는지 확인 좀 해줄래?' 친구 : '당연히 보험금 나오지. 너 많이 나올 거야 암이잖아 게다가 고액암이어서 넌 많이 나올 거야' 나 : '아니 나 암이 아니고 백혈병이라고' 친구 : '그래 백혈병이 혈액암이야' 암?? 내가 백혈병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고 있었구나 싶다. 혈액암^^ 들어본 적은 있다. 그런데... 백혈병이 혈액암인지 몰랐다. 어쩜 이렇게 무지했는..
난 전원생활을 싫어하진 않지만 삶의 터전은 도시가 좋았고, 난 도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다를 좋아했고, 산을 좋아했고, 시간이 날 때면 늘 바다를 찾아 산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던 시간들 ^^ 암에 걸리고, 장애인이 되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건강을 위해 공기가 좋은곳을 찾아 이곳 강화도로 이사 오게 되고, 그렇게 전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쥐가 보이면 어떻게 하지? 벌레 같은거 많으면 어떻게 하지? 마당 관리는 어떻게 하지? 나 벌레 엄청 싫어하는데.......... 전원 생활을 앞두고 들은 생각이 고작 그런 것들이었다. 아직 어른이 덜 됐나 보다^^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하러 갔는데 전입신고 선물을 준단다. 선물? 서울에서만 살았고, 서울을 처음 벗어나서 인천 ..
2021년 8월 21일 골수검사 119에 두 번이나 실려 병원으로 옮기며 밤 12시가 돼서야 입원. 밤새 잠이 오지 않았고, 불안한 아침을 맞이했다. 교수님께서 골수검사를 해야한다고 하시며, 혈액검사 결과를 말씀하신다. 백혈구 수치는 10만(정상범위 4천~1만). 혈소판, 호중구 수치도 설명하시는데 처음 듣는 얘기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이곳저곳 멍이 많이 들어서 내가 어디 부딪혔나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백혈병의 증상이었을까? 혼자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 얼굴에도 살짝 부딪히면서 생긴 멍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골수검사를 위해 처치실로 이동했다. 기다리며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골수검사는 정말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아픈지 내 생각으로는 마취가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