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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백혈병 투병일기 (22)
Pumpkin Time
2022년 1월 31일은 나의 퇴원날짜다. 구정연휴를 엄마와 함께 보내기 위해 가퇴원을 허락받았던 날이다. 2번의 항암으로 항암을 중단했을 때 두려움도 컸었다. 내가 재발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는 저수지가 많은 곳이고, 그곳에서 겨울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 곳이다. 건강했을 때는 이런 곳에 들어가는 게 무섭지 않았었다. 더 위험한 곳으로 출사를 다니기도 했었지만, 이젠 무서운 일이 되어버렸다. 활동적이었던 나는 정적인 취미를 갖게 되었고, 화선지와 붓을 들 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은 손가락이 모두 잘린 내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것이 매우 신기한듯하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소중했던 시간과 건강하게 잘 살게 해 준 겨울에 ..
혈액종양내과 외래가 있는 날이다. 채혈 때문에 외래 시간보다 1시간 일찍 가야 하기에 병원 가는 날은 늘 아침부터 바쁘다. 혈관이 없어 채혈하시는 선생님들마다 당혹스러워하지만, 찔려야하는 난 더 당혹스럽다^^ 이번엔 다행히 두번의 찔림으로 채혈 끝. ㅎㅎ 나의 혈액검사 결과. 아... 뭐지? 퇴원 후 가장 좋은 피검사 결과이다. 나의 피가 오늘 너무너무 정직하다. "오늘 피검사 결과는 나보다 더 좋은데요?" 선생님의 첫마디였다. 중환자실에 있었고, 항암도 두 번밖에 할 수 없었기에 교수님에게 난 늘 주시해야 할 환자였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이신듯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던 시간이다. 그리고 교수님께 너무도 감사한 시간이다. 병원에 다녀오며 바라보는 하늘이 내 마음을 투영하듯 그 어느..
퇴원 후 사람 많은 곳 피해 다니며 소극적인 생활을 해왔던 내가 송년회 참석을 했다. 백혈병환우회 송년모임이다. 백혈병환우회는 내가 백혈병 환자라는 걸 마음 편히 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모임이다. 나와 동갑인데 나보다 동안이고, 심지어 귀여움도 가득한 사무처장님^^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몸으로 보여주시는 대표님^^ 환우회에서는 저녁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주셨다. 흔히 보던 도시락과는 퀄리티가 다른 만족스러운 도시락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알고 있던 회원분께서 함께 음악 하시는 분들과 기타 공연을 준비하셨다. 덕분에 송년회가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이어진다. 백혈병 환우와 가족이 함께 참석한 시간이다. 몇년이 지나시고, 재발하여 오랜 치료를 하신 분도 계시고, 그분들 대화 속에 귀한 정보들..
백혈병 진단을 받고 나의 사업을 정리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이전했다. 건강을 위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 좋다는 판단으로 이곳저곳 알아본 서울 근교 중 강화도를 선택했다. 강화도의 추위는 5월까지 구스 패딩을 입게 했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강렬했다. 풍성한 가을 논밭의 변화를 보며 시골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백혈병 진단받은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가고 있다. 재발 위험은 6개월 때가 가장 높고, 그다음 1년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재발의 위험은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게 5년을 넘기면 괜찮다고 판단한다고 하지만 그저 이론일 뿐이다. 많은 백혈병 환자들은 이론과 달리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재발을 하고, 또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검색을 하게 된다. 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이곳저곳 검색하며 알게 되었던 '한국백혈병한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백혈병, 림프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다발골수종, 재생불량성빈혈 등과 같이 ‘피가 아픈’ 혈액질환 환자와 환자가족 그리고 이들을 기부와 자원봉사로 돕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NGO 환자단체 https://www.leukemia.kr 한국백혈병환우회 창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건 아직은 많이 두렵다. 퇴원 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식적인 자리 참석은 처음이었다.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캐릭터 '프렌즈' 뚜리(악어새), 아꼬(악어), 닥터부(부엉이)..
2022년 3월 12일 대상포진 1주일 전부터 등이 가렵기 시작했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따갑고, 통증도 있었다. 등에 볼록볼록 스포처럼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피부과에 갔는데 대상포진이란다.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대상포진에 걸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대상포진인 것도 처음 알았다.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사람들의 힘들다 괴롭다는 말만 들었지 그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싶다. 피부과에서는 내가 백혈병 환자다 보니 치료받고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고 한다. 아마 내가 치료가 끝나지 않은 백혈병 환자이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인하대병원으로 다시 찾아갔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일단 약만 바르자고 하시며, 에크로바 크림(Aclova Cream)을..
2022년 2월 9일 입원 가퇴원 후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항암 일정을 잡아야 하지만, 혹시 다시 입원하라고 하면 어쩌나 살짝 긴장도 되는 그런 날이었다. 다음 항암을 앞두고 몹시 불안했고, 3차 항암이 너무너무 무섭고 스트레스로 다가온 날이었다. 3번의 항암을 할 때마다 고열로 시달렸던 시간도 싫고, 항생제, 촉진제, 수혈도 싫었다. 그럴 때마다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하는 건 정말 정말 싫었다. 중환자실에 갔었던 지난번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만약 내가 다시 입원을 해서 또 열이 오르고 잘못된다면 왠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마음이 많이 나약해졌었던 것 같다. 외래 혈액검사 결과이다. 백혈구(WBC) 수치 2,280으로 낮다. 헤모글로빈(Hb), 호중구(ANC) 수치도 낮다..
2022년 1월 9일 입원 2차 공고항암을 위해 입원을 했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정맥 카테터 PICC(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삽입했다. 2022년 1월 10일 2차 공고항암 시작 2차 항암이 시작되었다. 1차 항암과 같은 스케줄이다. 오전 11시, 오후 11시 하루 2번 2시간씩 월, 수, 금 3일 스케줄이다. 지난번 퇴원 후 다시 입원하는 동안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숟가락 고정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원활하진 않지만 밥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젓가락 사용은 못하지만 포크 사용이라도 가능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양손 모두 피부가 모두 벗겨지고 다시 살이 채워지고 있어서 피부가 많이 아픈 상태였다. 손에 무언가를 끼는 ..
2022년 1월 3일 외래 진료 퇴원 후 12일 만에 찾은 혈액종양내과 외래 진료. 선생님께서 10일 동안 어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지낸 시간들이 머리속을 복잡게 흔든다. 다른 백혈병 환자는 백혈병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나는 손과 발이 잘린 고통까지 감당해야했다. 잘린 손 때문에 무언가를 만지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옷도 못 갈아입는 나의 상황을 견뎌내야했고, 잘린 발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오래 서있지도 못하는 나의 상황에 또 한 번 힘들어야 했다. 백혈병만 걸린 사람이 오히려 부러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암담했지만 적응해야 한다. 이런 나의 삶도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 믿어본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는 4,330 다른 피검사 결과도 양호했다. 2차 항암은 ..
2021년 12월 22일 의수 제작 병원에 있으면서 의수, 의족에 대해 여러 곳과 통화를 하고 퇴원 후 바로 방문했다. 의수 제작은 2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2달 동안 임시로 사용할 손을 먼저 받았다. 내 손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정말 가짜 손 같다. ㅠ.ㅠ 한 손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양손 다 없으니 의수를 착용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휴대폰 터치도 되지 않으니 의수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것에 불과했다. 임시로 받은 의수를 사용하다가 정교하게 만들어질 의수는 2달을 기다려야 했다. 발은 총 제작 기간이 대략 2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발은 본만 떠놓고 돌아왔다. 2021년 12월 23일 장애인 등록 퇴원 전 장애 진단서를 받았다. 장애유형에 적힌 '상지절단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