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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일기 #6] 입만 살아있는 사람 본문

〓백혈병 투병일기

[백혈병 일기 #6] 입만 살아있는 사람

김단영 2022. 5.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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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방송 팟빵(www.ppdbbang.com) 한 채널의 게스트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멤버 중 한 명이 오랜 지인이었는데 그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을 해야 한다면 일명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블로그에 목숨 걸고, 이곳저곳 오디오 방송이며, 여러 모임들을 하며 지갑은 닫고 입으로만 먹고사는

어딜 가도 계산도 잘 안 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말로 해결하는 그런 사람^^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인과의 입원 상황 대화중 나에게 왜 입원을 했냐고 물어본다.  

그땐 나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눈물만 나왔기에 백혈병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잠깐 입원했다가 퇴원할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장기기증 못하는 상황 아님 되지"

그 지인의 말은 장기기증도 못 할 만큼의 숨만 붙어있는 상황을 말하는 걸 알기에

지인의 답을 듣고 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위로의 말 따위는 바란 적 없다.

하지만 상처가 되는 말은 나를 정말 짜증 나게 했다.

암환자는 몸 어딘가에 암세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완치가 되었다고 해도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난 숨 쉬는 건 멀쩡했지만 장기기증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며칠이 지난 후 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삶이 말로 먹고사는 사람인 거 알지만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때에 따라 말을 가려서 할 줄도 알아야지.

상대가 어딘가 아플 때에는 마음도 약해지는데

그 사람의 병이 얼마나 중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당사자에게는 죽을 것 같이 힘든 시간으로 다가올 수 있어'

난 50대 중반인 그 지인에게 나이를 헛먹었다라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나이가 들면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표현을 한다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보다는 생각이 먼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잇값 못하는 지인과의 대화로 항암치료 시작 전부터 기분은 더러웠지만 끊어버린 관계로 마음은 후련하다.

 

항암치료 잘 받고, 다시 건강해질 시간들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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