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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급성골수모구백혈병 (14)
Pumpkin Time
2022년 2월 9일 입원 가퇴원 후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항암 일정을 잡아야 하지만, 혹시 다시 입원하라고 하면 어쩌나 살짝 긴장도 되는 그런 날이었다. 다음 항암을 앞두고 몹시 불안했고, 3차 항암이 너무너무 무섭고 스트레스로 다가온 날이었다. 3번의 항암을 할 때마다 고열로 시달렸던 시간도 싫고, 항생제, 촉진제, 수혈도 싫었다. 그럴 때마다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하는 건 정말 정말 싫었다. 중환자실에 갔었던 지난번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만약 내가 다시 입원을 해서 또 열이 오르고 잘못된다면 왠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마음이 많이 나약해졌었던 것 같다. 외래 혈액검사 결과이다. 백혈구(WBC) 수치 2,280으로 낮다. 헤모글로빈(Hb), 호중구(ANC) 수치도 낮다..
2022년 1월 9일 입원 2차 공고항암을 위해 입원을 했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정맥 카테터 PICC(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삽입했다. 2022년 1월 10일 2차 공고항암 시작 2차 항암이 시작되었다. 1차 항암과 같은 스케줄이다. 오전 11시, 오후 11시 하루 2번 2시간씩 월, 수, 금 3일 스케줄이다. 지난번 퇴원 후 다시 입원하는 동안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숟가락 고정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원활하진 않지만 밥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젓가락 사용은 못하지만 포크 사용이라도 가능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양손 모두 피부가 모두 벗겨지고 다시 살이 채워지고 있어서 피부가 많이 아픈 상태였다. 손에 무언가를 끼는 ..
2022년 1월 3일 외래 진료 퇴원 후 12일 만에 찾은 혈액종양내과 외래 진료. 선생님께서 10일 동안 어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지낸 시간들이 머리속을 복잡게 흔든다. 다른 백혈병 환자는 백혈병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나는 손과 발이 잘린 고통까지 감당해야했다. 잘린 손 때문에 무언가를 만지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옷도 못 갈아입는 나의 상황을 견뎌내야했고, 잘린 발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오래 서있지도 못하는 나의 상황에 또 한 번 힘들어야 했다. 백혈병만 걸린 사람이 오히려 부러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암담했지만 적응해야 한다. 이런 나의 삶도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 믿어본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는 4,330 다른 피검사 결과도 양호했다. 2차 항암은 ..
2021년 12월 22일 의수 제작 병원에 있으면서 의수, 의족에 대해 여러 곳과 통화를 하고 퇴원 후 바로 방문했다. 의수 제작은 2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2달 동안 임시로 사용할 손을 먼저 받았다. 내 손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정말 가짜 손 같다. ㅠ.ㅠ 한 손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양손 다 없으니 의수를 착용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휴대폰 터치도 되지 않으니 의수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것에 불과했다. 임시로 받은 의수를 사용하다가 정교하게 만들어질 의수는 2달을 기다려야 했다. 발은 총 제작 기간이 대략 2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발은 본만 떠놓고 돌아왔다. 2021년 12월 23일 장애인 등록 퇴원 전 장애 진단서를 받았다. 장애유형에 적힌 '상지절단 장..
2021년 11월 10일 두번째 골수검사 골수검사를 위해 처치실로 이동했다. 첫번째 골수검사때 너무 아프고 공포스러웠던 기억때문에 얼마나 겁이났던지. 두번째 골수검사는 수월했다. 힘들지 않게 해준 주치의 선생님께 감사했다. 몇일 후 나온 골수검사 결과는 양호했다. 2021년 11월 17일 실밥 풀기 손, 발은 2일에 한번씩 드레싱 하며 3주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실밥을 풀었다. 드레싱 하면서 봐왔던 나의 손과 발이지만 붕대를 풀고 하루 종일 바라봐야 할 손과 발의 모습은 암담했고, 계속되는 저림 증상과 통증으로 많이 힘들었다. 오래 누워 있어서 다리에 근육은 빠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실밥을 풀고 재활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침대에서 했던 운동이 조금은 도움이 ..
2021년 10월 1일 깊은 잠에서 깨어나다 중환자실에서 나는 긴 잠을 잤고, 2주의 시간이 지났다.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깨우며 '환자분 저거 보이세요?'라며 시계를 가리킨다. 10월 1일 이란다. 내가 2주 동안 잠을 자고 있었단다. '10월 1일?' 그럴리가? 난 추석 전 9월 17일에 여기 내려온 것 같은데 왜 10월 1일? 2주 동안 꿈을 꾸면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땐 구분하지 못했다. 내가 깨어 난 날 중환자실로 엄마가 오셨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질 않는다. 엄마는 나를 위로했고, 난 엄마를 위로했다는 거 그것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손과 발에 손싸개 발싸개가 있었다. 내가 너무 춥다고 해서 해 놓은 줄 알았다. 내 심장을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해서 했던 방법이 내 ..
2021년 9월 8일 병원 입원 후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머리를 감지 못했다.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머리 감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항암주사 끝내고 제일 먼저 머리부터 감았다. 머리 감고 얼마나 개운한지 오랜만에 낮잠도 늘어지게 잘 수 있었다. 수혈을 할 때마다 열이 올라 많이 힘들다. 나아질 거라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지 정말 미치겠다. 전날부터 맞기 시작한 촉진 주사는 왜 이리 아픈지.... 2021년 9월 13일 저혈압 아침에 엑스레이 찍고오는데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며칠 전에도 쓰러진 적이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고, 서있을 힘도 없이 그렇게 쓰러졌다. 혈압은 90이었다. 2021년 9월 14일 첫번째 보험 진단금 입금 지난주 신청했던 보험 진단금이 입금 됐..
2021년 9월 6일 관해유도 항암 마지막 날 일주일 일정의 관해유도 항암이 끝났다. 백혈구, 혈소판 수치는 바닥까지 내려왔고, 체온은 오늘 아침도 38.8℃,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다. 감염에 취악한 시기이기에 감염내과 선생님을 만날거라고 하셨다. 면역력 수치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병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셨고, 조심해야 할 음식에 대해서 담당 선생님께서 오셔서 설명해주셨다. 빨간 피, 노란 피, 항생제는 항암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항암도 수혈도 모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수혈 동의서를 받을 때 의료진이 조금 애를 먹었었다. 그동안 한 번도 다른 사람의 피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내 몸에 다른 사람의 피가 들어오는 게 왠지 무서웠다. 내가 다른 인격체로 바뀔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
2021년 9월 4일 일주일 일정의 항암이 거의 끝나간다. 항암이 끝나면 조금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가지며 오늘도 견뎌본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하고 계속되는 헛구역질로 약을 복용을 하기 시작했다. 에멘드캡슐(항암 화학요법에 의한 구역과 구토 예방) 하지만 약을 먹어도 울렁거리는 건 크게 가라앉지 않았다. 2021년 9월 5일 항암 주사와 수혈은 계속되었고 오늘 나의 혈액 수치는 거의 바닥을 찍고 있다. 체온도 39℃까지 올랐고, 열이 오를 때마다 체온 변화로 인한 시간을 버티는 게 많이 힘들다. 평소 계란 냄새만 맡아도 비위가 상해서 계란을 전혀 먹지 않는데 하필 반찬이 계란이다. 뚜껑을 열자마자 계란 냄새에 비유가 상해서 오늘도 한 숟가락도 뜨지 못했다. 정말 미치겠다. 혈..
2021년 9월 2일 역 격리실로 이동하고 점점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멸균식으로 나오는 식사는 호일을 벗겨낼때부터 나는 특유의 냄새로 밥은 점점 더 먹기 힘들어졌다. 뚜껑을 열어놓고 한 입도 입에 대지 못하고 내놓는 일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밥, 두유, 뉴케어 아무것도 못먹는 와중에 먹으면 안된다는 과일이 얼마나 먹고싶던지... ㅠ.ㅠ 벌레에 물린 우측 팔 봉와지염 때문에 백혈병을 알게 된 나는 팔에 대한 치료를 해야했으나 항암 치료가 우선이었기에 팔은 드레싱만 매일 하기로 했다. 누워있는데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 보니 침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뭐지??) 마스크까지 피가 묻어 있고, 오른쪽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아서 팔을 걷어보니 팔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