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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일기 #10] 패혈증으로 삶과 죽음을 경험한 시간 본문

〓백혈병 투병일기

[백혈병 일기 #10] 패혈증으로 삶과 죽음을 경험한 시간

김단영 2022. 5. 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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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8일

병원 입원 후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머리를 감지 못했다.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머리 감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항암주사 끝내고 제일 먼저 머리부터 감았다.

머리 감고 얼마나 개운한지 오랜만에 낮잠도 늘어지게 잘 수 있었다.

수혈을 할 때마다 열이 올라 많이 힘들다.  나아질 거라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지 정말 미치겠다.

전날부터 맞기 시작한 촉진 주사는 왜 이리 아픈지....

 

2021년 9월 13일 저혈압

아침에 엑스레이 찍고오는데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며칠 전에도 쓰러진 적이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고, 서있을 힘도 없이 그렇게 쓰러졌다.

혈압은 90이었다. 

 

2021년 9월 14일 첫번째 보험 진단금 입금

지난주 신청했던 보험 진단금이 입금 됐다. (동양생명 50,000,000원)

앞으로 입금될 금액은 더 많이 남아 있었고, 남은 금액도 이후에 차차 입금되기 시작 했다.

체온이 38℃ 아래로 내려가야 수혈이 가능한데 체온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체온 체크하며 혈소판 260ml, 수혈 2팩, 항생제를 맞으며 오늘도 이렇게 보냈다.

 

2021년 9월 15일 

병원에 입원하고 한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다가 대변을 보기 시작하면서 항문에 쓰라림이 생겼고,

항암이 끝나고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서 항문은 조금 더 쓰라려오기 시작했다.

항문외과 선생님께서 오셔서 보시고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지만, 염증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했고,  몇일째 음식을 먹지 못하고 결국은 커다란 흰색 수액 영양제를 달았다.

영양제 탓인지 음식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데도 배고픈 것도 몰랐다.

그저 열만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게 내 유일한 바람이다.

 

2021년 9월 16일 

체온 40.2℃, 항문은 상태가 더 안 좋아지고 기저귀를 하기 시작했다.

항문외과 선생님께서 염증을 빼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곧 처치실로 이동할 거라고 했다.

염증 때문에 마취는 안될 거라 한다.

염증부위를 찢어서 고름을 빼내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지금도 살 떨리는 기분이다.

항문 시술이 끝나고 투석을 해야 한다며 마취를 하지 않고, 오른쪽 허벅지에 관을 꼽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항문 통증이 얼마나 극했으면 허벅지 통증을 못느꼈을까?

 

2021년 9월 17일 중환자실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남편을 불러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짐을 다 싸서 집으로 보냈다.

그런데 내가 중환자실을 왜 내려가는 걸까?

항문 때문에 그렇다곤 하지만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2021년 9월 18일 2주 동안 꿈속에서

여기까지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다.

난 항문 염증으로 인해 패혈증이 되었고, 중환자실에 내려가서 하루 정도 깨어 있었던 것 같다. 

기도삽관을 하고 2주 동안 잠들어 있었고, 잠들었던 시간 동안 악몽을 꾸었다.

 

병원에서는 식구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고 장루를 꼽아야 할것 같다.

간 이식을 해야 할 수 있다.

신장 이식을 해야 할 수 있다. 

깨어나도 힘들 것 같다. 

가족들은 내가 누워있는 동안 온갖 말들을 들었다고 한다.

난 숨만 쉬게 해놓은 정말 죽어 있는 사람 같았던것같다.

 

패혈증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패혈증으로 죽는 일도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나는 죽지 않고 살았으니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난 목숨을 건진 대신에 큰 것을 잃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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