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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의 삶과 죽음 본문

〓백혈병 투병일기

백혈병 환자의 삶과 죽음

김단영 2022. 12. 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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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진단을 받고 나의 사업을 정리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이전했다.
건강을 위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 좋다는 판단으로 이곳저곳 알아본 서울 근교 중 강화도를 선택했다.
강화도의 추위는 5월까지 구스 패딩을 입게 했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강렬했다.
풍성한 가을 논밭의 변화를 보며 시골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백혈병 진단받은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가고 있다.

재발 위험은 6개월 때가 가장 높고, 그다음 1년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재발의 위험은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게 5년을 넘기면 괜찮다고 판단한다고 하지만 그저 이론일 뿐이다.
많은 백혈병 환자들은 이론과 달리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재발을 하고, 또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누군지 모르는 많은 백혈병 환자들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있었지만 이번 부고 소식은 다른 때와는 달랐다.

비록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줌을 통해 독서 모임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분이다.  표정이 언제나 밝았고 긍정적 마인드였고,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며 몇 개월 전 더 이상의 모임을 하기 힘들다는 소식을 전해왔었다. 메신저에서 간혹 소식 들려주었던 그녀였는데 이번엔 부고 소식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가족을 떠나보낸 것 같은 마음에 며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너무도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에 간 그녀를 위해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힘들지도 말고 편안하게 쉬시길.

일 년 전 가을 사경을 헤매고 깨어나지 못할 거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식으로 식구들의 마음을 힘들게 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정말 깨어나지 못했다면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렇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고 소식을 전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과 후 나의 삶은 많은 것들이 변했기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과 헤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살아있기에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과 산책을 할 수 있는 나의 오늘이 가장 소중하다. 

나를 위해 기도하며 눈물 흘려준 나의 가족과 지인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난 오늘도 소중한 시간을 용기 있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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