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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백혈병투병 (12)
Pumpkin Time
2022년 2월 9일 입원 가퇴원 후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다. 항암 일정을 잡아야 하지만, 혹시 다시 입원하라고 하면 어쩌나 살짝 긴장도 되는 그런 날이었다. 다음 항암을 앞두고 몹시 불안했고, 3차 항암이 너무너무 무섭고 스트레스로 다가온 날이었다. 3번의 항암을 할 때마다 고열로 시달렸던 시간도 싫고, 항생제, 촉진제, 수혈도 싫었다. 그럴 때마다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하는 건 정말 정말 싫었다. 중환자실에 갔었던 지난번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만약 내가 다시 입원을 해서 또 열이 오르고 잘못된다면 왠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마음이 많이 나약해졌었던 것 같다. 외래 혈액검사 결과이다. 백혈구(WBC) 수치 2,280으로 낮다. 헤모글로빈(Hb), 호중구(ANC) 수치도 낮다..
2022년 1월 9일 입원 2차 공고항암을 위해 입원을 했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정맥 카테터 PICC(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삽입했다. 2022년 1월 10일 2차 공고항암 시작 2차 항암이 시작되었다. 1차 항암과 같은 스케줄이다. 오전 11시, 오후 11시 하루 2번 2시간씩 월, 수, 금 3일 스케줄이다. 지난번 퇴원 후 다시 입원하는 동안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숟가락 고정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원활하진 않지만 밥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젓가락 사용은 못하지만 포크 사용이라도 가능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양손 모두 피부가 모두 벗겨지고 다시 살이 채워지고 있어서 피부가 많이 아픈 상태였다. 손에 무언가를 끼는 ..
2022년 1월 3일 외래 진료 퇴원 후 12일 만에 찾은 혈액종양내과 외래 진료. 선생님께서 10일 동안 어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지낸 시간들이 머리속을 복잡게 흔든다. 다른 백혈병 환자는 백혈병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나는 손과 발이 잘린 고통까지 감당해야했다. 잘린 손 때문에 무언가를 만지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옷도 못 갈아입는 나의 상황을 견뎌내야했고, 잘린 발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오래 서있지도 못하는 나의 상황에 또 한 번 힘들어야 했다. 백혈병만 걸린 사람이 오히려 부러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암담했지만 적응해야 한다. 이런 나의 삶도 차차 익숙해질 것이라 믿어본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는 4,330 다른 피검사 결과도 양호했다. 2차 항암은 ..
2021년 12월 22일 의수 제작 병원에 있으면서 의수, 의족에 대해 여러 곳과 통화를 하고 퇴원 후 바로 방문했다. 의수 제작은 2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2달 동안 임시로 사용할 손을 먼저 받았다. 내 손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정말 가짜 손 같다. ㅠ.ㅠ 한 손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양손 다 없으니 의수를 착용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휴대폰 터치도 되지 않으니 의수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것에 불과했다. 임시로 받은 의수를 사용하다가 정교하게 만들어질 의수는 2달을 기다려야 했다. 발은 총 제작 기간이 대략 2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발은 본만 떠놓고 돌아왔다. 2021년 12월 23일 장애인 등록 퇴원 전 장애 진단서를 받았다. 장애유형에 적힌 '상지절단 장..
2021년 11월 10일 두번째 골수검사 골수검사를 위해 처치실로 이동했다. 첫번째 골수검사때 너무 아프고 공포스러웠던 기억때문에 얼마나 겁이났던지. 두번째 골수검사는 수월했다. 힘들지 않게 해준 주치의 선생님께 감사했다. 몇일 후 나온 골수검사 결과는 양호했다. 2021년 11월 17일 실밥 풀기 손, 발은 2일에 한번씩 드레싱 하며 3주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실밥을 풀었다. 드레싱 하면서 봐왔던 나의 손과 발이지만 붕대를 풀고 하루 종일 바라봐야 할 손과 발의 모습은 암담했고, 계속되는 저림 증상과 통증으로 많이 힘들었다. 오래 누워 있어서 다리에 근육은 빠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실밥을 풀고 재활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침대에서 했던 운동이 조금은 도움이 ..
2021년 10월 1일 깊은 잠에서 깨어나다 중환자실에서 나는 긴 잠을 잤고, 2주의 시간이 지났다.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깨우며 '환자분 저거 보이세요?'라며 시계를 가리킨다. 10월 1일 이란다. 내가 2주 동안 잠을 자고 있었단다. '10월 1일?' 그럴리가? 난 추석 전 9월 17일에 여기 내려온 것 같은데 왜 10월 1일? 2주 동안 꿈을 꾸면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땐 구분하지 못했다. 내가 깨어 난 날 중환자실로 엄마가 오셨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질 않는다. 엄마는 나를 위로했고, 난 엄마를 위로했다는 거 그것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손과 발에 손싸개 발싸개가 있었다. 내가 너무 춥다고 해서 해 놓은 줄 알았다. 내 심장을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해서 했던 방법이 내 ..
2021년 9월 2일 역 격리실로 이동하고 점점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멸균식으로 나오는 식사는 호일을 벗겨낼때부터 나는 특유의 냄새로 밥은 점점 더 먹기 힘들어졌다. 뚜껑을 열어놓고 한 입도 입에 대지 못하고 내놓는 일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밥, 두유, 뉴케어 아무것도 못먹는 와중에 먹으면 안된다는 과일이 얼마나 먹고싶던지... ㅠ.ㅠ 벌레에 물린 우측 팔 봉와지염 때문에 백혈병을 알게 된 나는 팔에 대한 치료를 해야했으나 항암 치료가 우선이었기에 팔은 드레싱만 매일 하기로 했다. 누워있는데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 보니 침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뭐지??) 마스크까지 피가 묻어 있고, 오른쪽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아서 팔을 걷어보니 팔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팔에..
오디오 방송 팟빵(www.ppdbbang.com) 한 채널의 게스트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멤버 중 한 명이 오랜 지인이었는데 그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을 해야 한다면 일명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블로그에 목숨 걸고, 이곳저곳 오디오 방송이며, 여러 모임들을 하며 지갑은 닫고 입으로만 먹고사는 어딜 가도 계산도 잘 안 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말로 해결하는 그런 사람^^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인과의 입원 상황 대화중 나에게 왜 입원을 했냐고 물어본다. 그땐 나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눈물만 나왔기에 백혈병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잠깐 입원했다가 퇴원할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장기기증 못하는 상황 아님 되지" 그 지인의 말은 장기기증도 못 할 만큼의 숨만 붙어있는..
2021년 8월 30일 항암치료 시작 항암을 시작하는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회진 때 선생님께서 항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신다. 관해유도 항암은 8월30일~9월6일까지 일주일 일정이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정맥 카테터 PICC(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삽입했다. 병원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스산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같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듯하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항암. 시타라빈(CYTarabine) 항암제를 시작으로 항암이 시작되었다. 항암에 대한 일정, 변화될 혈액 수치, 몸에 대한 변화 등등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무서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국민건강보험 암산정특례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치..
2021년 8월 25일 골수검사 결과 입원 후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를 백혈병 환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 그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고, 나 아직 백혈병 확정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백혈병 환자라고 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골수검사 결과가 나왔다. 교수님께 다시 한번 물었다. '선생님 제가 백혈병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급성골수모구성백혈병(Acute myeloblastic leukemia)) 선생님께서 바로 일주일간의 항암 치료가 들어간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께 시간을 달라고, 입원 준비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드렸다. 3일 후 입원하기로 하고 가퇴원하기로 했다. 참아왔던 눈물이 흘렀다.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내가 왜 백혈병이야? ..